2009년 5월 8일, 오전 8시 30분경 못골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던 낚시꾼이 112로 신고를 한다. 물가에 가방이 며칠째 있어 열어봤더니, 안에 돼지 같기도 하고, 사람 같기도 한 뭔가가 들어있다는 신고였다. 네 명의 형사가 들어서 겨우 끌어올린 가방에는 9.2kg 돌과 함께 빨간 누비이불로 감싼 나체 상태의 여성 시신이 들어 있었다. 얼굴엔 여성의 속옷이 씌워져 있고, 손과 무릎, 그리고 목까지 목도리로 끌어당겨 잔뜩 웅크린 자세였다. 사인은 경부압박질실사로 목이 졸려 살해된 것으로 나왔다. 대체 누가 이 여성을 살해하고, 저수지에 유기한 걸까? 언제 사망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시신의 부패 상태가 심각하지 않아, 지문으로 신원이 바로 확인된다. 피해자는 대구에 거주하던 40대 여성이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실종 신고조차 접수돼 있지 않았다. 사망한 가족들은, 피해자가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20년 전, 이혼을 한 번 경험하고는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고 했다. 그러다 6년 전, 상견례도 없이 갑자기 결혼식에 가족들을 초대하더니, 재혼한 남편과 딱 한 번 찾아온 게 마지막이라고 했다. 그게 바로 무려 2년 전의 일이었다. 피해자가 살던 집엔 이미 다른 세입자가 살고 있었다. 5개월 전쯤, 부부가 말도 없이 짐을 다 빼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피해자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도 이 시기에 전원이 꺼진 사실이 드러난다. 사라진 부부, 급히 정리된 집, 꺼진 피해자의 휴대전화. 대체 이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만약 5개월 전, 피해 여성이 살해됐다면, 어떻게 온전히 지문이 나올 수 있었을까. 그리고 남편은 왜 아내의 실종 신고를 하지 않았던 걸까. 피해자를 살해한 뒤, 가방에 돌을 넣어 시신을 영원히 물속에 가라앉히려 했던 범인. “죽인 건 맞지만 왜 죽인 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며 저수지 수면 아래 진실을 가라앉히려 했던 <고령 못골 저수지 살인사건>의 전말이 공개된다.